틧타에서 받은 커플링으로 단문 쓰기




4. 아즈코우 (크로스게임)






 때 이른 더위였다. 뜨거운 볕은 아스팔트를 달궜고 오르는 열기는 아지랑이로 피어올랐다. 숨만 쉬어도 흐르는 땀방울은 무척이나 거치적거릴 만도 하건만 츠키시마 배팅 센터에는 제법 사람이 있었다. 예년보다 더운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운터를 보던 미녀가 툭 중얼거린 한 마디는 마른 수건에 뽀득거리게 닦인 유리잔에 떨어졌다. 그게 어디가 더워하는 사람의 어조인지. 또래보다 지나치게 성숙한 막내가 내쉬는 한숨에 첫째는 말갛게 웃었다.

 깡. 시원한 소리에 연이어 빠라밤, 경축하는 의미로 팡파레가 울렸다. 연중 휴일과 그 외에 딱 하루를 제외하면 한결같은 일상의 반복. 곧이어 배팅 센터와 실내를 이어주는 문이 열렸고 그는 평상과 다름없이 심드렁한 얼굴로 들어섰다. 양말은 됐어요. 불쑥 채어진 말에 소년은 불퉁한 표정으로 열렸던 입을 다물었다. 까르르, 상투적인 미래를 예견해버린 소녀의 웃음은 여즉 어렸다. 아직 덜 아문 과실처럼 푸릇한 츠키시마 모미지는 올해로 소학 5년생이다. 뭐? 벌써? 별로 놀라는 것 같지 않는 모습으로 그는 놀랐다. 츠키시마 이치요가 다시 한 번 말갛게 웃었다.

 돌아왔더니 집은 진작 끈끈한 습도에 점령당한 후였다. 한 단 한 단,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묵지근한 공기에 짓눌려 소년은 앓는 소리를 냈다. 더워. 덥다고.

 “아즈마, 너 좀 떨어져서 걸어라. 덩치도 큰 놈이 바짝 붙으면 얼마나 더운 줄 아냐.”

 “.......”

 입을 열었다가 도로 다물었다. 그래도 죽겠단 소리는 안 하네. 말은 혀에 엉겨 붙었다. 삼켜지지도 않아 무척이나 거치적거렸지만 내뱉는 것보단 나았다.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였다. 일어나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전차를 타고 등교해서 적당히 공부, 수업이 끝나자 야구부에 갔다. 가볍게 어깨를 풀 겸 아카이시 상대로 이런저런 공을 던졌다. 다 좋았는데 체인지업이라고 던진 게 그만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가버렸다. 바운드가 심해 블로킹은 무리였다. 마침 지나가던 나카니시가 발치까지 굴러온 공을 주웠다. 아카이시가 포구했다. 그걸로 연습은 끝이었다. 셋은 같은 소학교를 나왔다.

 “쓰레기통.”

 “응?”

 기타무라 코우가 평소와 달리 방 쓰레기를 내 놨다. 끝 언저리가 검붉게 물든 종이를 아즈마가 보게 된 건 오늘 쓰레기 버리는 담당이기 때문이었다. 마침 차마 찢지 못해 곱게 접힌 종이가 맨 위에 있다 삐져나왔고 도로 수거했을 뿐이다. 펴 본 건 아마 단순한 변덕. 어리긴 해도 반듯한 글씨가 쓴 건 목록이었다. 생일선물, 스무 살, 약혼반지. 투덜거리는 세이슈 고교 에이스 투수의 왼 무명지에는, 반창고.

 “...갖고 들어가라.”

 어제는 츠키시마 와카바가 세상을 떠난 지 8년 째 되는 날이었다.






2015.09




n년이 지난 지금 이 커플링으로 이 소재를 쓸 기회를 준 시우쯔님에게 애증사랑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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